부산에서 경험한 사회의 민낯
- 부산에서 아이 둘(만 3.5세, 4개월)을 데리고, 캐리어를 끌고 이동중이었는데,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다. 우산은 없고, 근처에 들어갈 수 있는 가게도 없고 택시도 들어오기 어려운 거리. 첫째는 유모차에 숨기고, 둘째는 안아서 가벼운 이불로 덮어서 편의점까지 200m를 걷기 시작. 사람이 많은 관광지 근처라 약 50명 정도의 사람들을 앞질러가는데, 우산 쓴 아줌마들에게 “아이고 아기 어떡해”를 5번 정도 들었다.
- 그렇게 편의점 20m가 남았을때, 어떤 외국인이 본인이 입고 있던 우비를 벗어서 첫째가 있던 유모차를 덮어줬다. 편의점의 외국인 알바는 가방에 아이 물건 젖는다며 비닐봉지를 건네줬고, 또 다른 지나가던 외국인은 힘겹게 택시를 타던 우리에게 친절하게도 우산을 씌워줬다.
- 센텀 신세계 백화점이 목적지 였던 택시는 입구에서 한참 먼곳에 정차했다. 비가 오는데 아이들도 있어서, 주차장까지 들어가주실 수 있으실지 여쭈니, 주차장 들어가면 복잡하다고 한참을 궁시렁 거리신다. 그렇게 들어가서 2천원을 더 받으셨다.
- 대한민국 육아인이라면 이 경험들이 엄청나게 예외적인 경험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. 비가 오고, 우산이 없는 극한적 상황이라 사회의 민낯이 단 시간에 드러난 것일 뿐. 이 땅에서 과연 육아인이 희망을 품고 육아를 할 수 있을까.
Date
2024-04-16